

10대 숏폼 중독, 얼마나 심각할까?
요즘 아이들, 잠들기 직전까지 인스타 릴스나 유튜브 쇼츠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 너무 익숙하시죠. “몇 개만 보고 잘게” 하더니 어느새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버리는 경험, 우리 아이뿐 아니라 어른인 우리도 해보셨을 겁니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초4부터 고3까지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온라인 동영상을 시청하고, 그 중심에 숏폼이 있습니다. 특히 숏폼을 매일 본다고 답한 비율이 2022년 0.2%에서 최근 49.1%로 폭증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아이들의 미디어 환경이 완전히 바뀐 셈입니다.
이제 10대 미디어의 중심축은 긴 영상(롱폼)이 아니라,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으로 대표되는 초단위 숏폼으로 옮겨갔습니다. 문제는 이 숏폼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아이들의 집중력, 문해력, 수면, 정서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독성 있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몇 개만 보고 잘게”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이 되는 이유, 그 뒤에는 SNS 알고리즘과 도파민 중독이 있습니다.

SNS 알고리즘, 왜 우리 아이 시간을 훔쳐갈까?
숏폼이 무서운 이유는, 단순히 영상이 짧아서가 아니라 알고리즘이 아이의 취향과 약점을 학습해 ‘계속 보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는 우리 아이가 어느 영상을 얼마나 오래 보는지,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넘기는지를 초 단위로 수집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가장 중독적인 다음 영상”을 계속 추천하는 쪽으로 알고리즘을 진화시킵니다.
특히 숏폼은 짧고 강렬한 자극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아이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도파민을 쏟아내게 합니다. 이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면 강한 자극이 점점 필요해지고, 이전보다 더 자극적이고 빠른 콘텐츠만 찾게 되는 이른바 ‘팝콘 브레인’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합니다.
실제로 국내 조사에서 숏폼 시청자 중 상당수가 “시청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렵다”고 응답했고, 20대의 3명 중 1명은 숏폼 시청 조절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10대는 이보다 자기 조절력이 더 약하니, 부모가 체감하는 문제는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알고리즘이 아이에게 자극적인 콘텐츠, 왜곡된 가치관, 유해 영상을 계속 밀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조사에서도 숏폼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유해 콘텐츠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알고리즘은 우리 아이에게 “재미있는 것”만이 아니라 “자극적인 것, 극단적인 것”도 함께 공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아이가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거야”라고 말하더라도, 실제로는 알고리즘이 선택해 준 영상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디톡스는 결국 알고리즘의 통제에서 벗어나 ‘내가 선택하는 사용’으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숏폼 중독이 아이 뇌와 마음에 남기는 흔적
방송·미디어 관련 여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디어 이용자의 숏폼 시청 경험은 10대 88%로 매우 높고, 숏폼 사용 시간이 OTT의 5배가 넘는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렇게 오래, 자주 사용하는 만큼 부작용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첫째, 집중력 저하와 문해력 약화입니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긴 글이나 책, 심지어 10분짜리 영상에도 쉽게 지루함을 느낍니다. 여러 연구와 조사에서 숏폼에 익숙해질수록 글을 읽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복해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둘째, 수면 패턴 붕괴입니다. “자기 전 10분만 볼게” 하고 누운 아이가 새벽까지 스크롤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숏폼이 뇌를 계속 각성 상태로 유지시키기 때문입니다. 화면 밝기, 빠른 화면 전환, 강한 소리들이 뇌를 깨우면서 수면 호르몬 분비를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잠드는 시간이 점점 밀려납니다.
셋째, 우울감, 불안, 자존감 저하입니다. 숏폼 중독은 ADHD, 불안, 우울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른 사람의 화려한 일상, 성공담, 외모를 계속 비교하면서 “나는 별로야”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고, 현실의 느리고 평범한 일상은 점점 재미없고 무가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넷째, 발달 과정의 왜곡입니다. 성장기 청소년에게 숏폼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세상을 배우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통로가 자극적인 장난, 선정성, 폭력, 조롱 콘텐츠로 채워진다면, 아이는 사회적 가치와 기준을 왜곡된 형태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습니다. “남들 다 하니까 괜찮은 줄 알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바로 이런 미디어 환경이 자리합니다.

집에서 시작하는 현실적인 디지털 디톡스 전략
디지털 디톡스라고 해서, 무조건 스마트폰을 뺏고 앱을 다 지우는 식의 극단적인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함께 조절하는 경험”을 아이에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다음처럼 단계적으로 접근해보시면 훨씬 현실적으로 실천하시기 좋습니다.
1) 먼저 ‘우리 집 사용 현황’을 함께 확인하기 아이에게 바로 잔소리를 시작하기보다, 먼저 “우리 다 같이 스크린 타임 한 번 볼까?” 하고 제안해 보세요. 부모와 아이 모두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 숏폼 시청 시간을 함께 확인해 보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네?”라는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2) 알고리즘 환경 바꾸기 (구독·검색·차단 활용) 알고리즘은 ‘무엇을 얼마나 오래 보느냐’에 따라 바뀝니다. 아이와 함께 교육, 취미, 운동, 공부 관련 계정을 일부러 검색하고 구독해 두면, 점차 알고리즘도 그쪽 비중을 늘립니다. 또 너무 자극적인 채널은 ‘관심 없음’, ‘차단’ 기능을 함께 눌러 보면서, 아이가 스스로 콘텐츠를 고르고 거절하는 연습을 하도록 도와주세요.
3) ‘노폰 타임·노폰 존’ 정하기 집 안에서만이라도 식사 시간, 자기 전 1시간, 등·하교 이동 중처럼 특정 시간대를 ‘노폰 타임’으로 정하고, 식탁·침대는 ‘노폰 존’으로 약속해 보세요. 이때 중요한 건 아이만의 규칙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지키는 가족 규칙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4) 현실에서의 ‘재미 자원’ 다시 채워주기 숏폼을 줄이려면, 그만큼 현실에서 재밌는 활동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운동, 악기, 보드게임, 간단한 요리, 동네 산책, 주말 짧은 나들이 같은 가벼운 활동을 하나씩 늘려 보세요. “휴대폰 하지 마”라는 말보다 “같이 이거 해볼까?”라는 제안이 훨씬 잘 통합니다.
5) 아이와 ‘콘텐츠 관점’ 이야기 나누기 어떤 영상이 왜 재미있는지, 무엇이 과장이고 무엇이 현실과 다른지, “이 영상 따라 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를 같이 이야기해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비판적 시각이 자랍니다. 디지털 디톡스는 단순히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생각하는 힘을 키워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 아이와 함께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스크린 타임(또는 디지털 웰빙)’을 열어 이번 주 숏폼 시청 시간을 함께 확인해 보세요. 그 다음, “우리 이번 주에는 하루 30분만 줄여볼까?”처럼 작고 구체적인 목표를 같이 세워보시면 좋습니다.

마무리: 부모가 먼저 ‘알고리즘의 주인’ 되기
숏폼은 분명 재미있고, 때로는 유익한 정보도 담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의 뇌가 아직 자기조절과 판단을 충분히 할 만큼 성숙하지 않았는데, 알고리즘은 아이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해 무한 자극을 계속 보낸다는 점입니다.
디지털 디톡스는 “당장 숏폼을 끊어라”가 아니라, “내가 시간을 주도권을 쥐고, 알고리즘을 거꾸로 이용하는 연습”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시작은 늘 부모의 관심과 대화, 그리고 함께하는 작은 실천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지금, 아이의 휴대폰만 걱정하시기보다, 우리 가족 전체의 디지털 사용 습관을 한 번 점검해 보시면 어떨까요? 작은 변화 하나가, 아이의 뇌와 마음, 그리고 가족의 시간을 건강하게 되돌려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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